시계 산업에 기여해온 영광의 20년을 기념한 FHH
- revuedesmontres

- 7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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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일: 8월 1일
‘오트(Haute)’는 ‘높은’, ‘깊은’ 또는 ‘고급의’, ‘격조 있는’ 등의 의미를 가진 프랑스어다. 시계 업계에서 ‘오트 오를로제리(Haute Horlogerie)’는 ‘고급 시계’를 뜻하고, 영어로는 ‘파인 워치(Fine Watch)’라고 한다. 기계식 시계가 출현한 이후로 시계 업계에서는 오랜 기간 저급, 중급, 고급 등의 등급을 특별히 구분하지 않았다. 그러나 1969년 쿼츠 시계가 출현한 뒤부터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이 낮아지고 시계의 품질도 크게 편차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방식으로 긴 시간 공을 들여 정밀하게 만든 시계를 말할 때는 ‘더 정교한(Fine)’, ‘더 수준이 높은(Haute, High)’ 등의 뜻을 가진 형용사를 붙일 필요가 생겨났다.

1970년 기계식 시계 업계의 80%를 도산시켰던 쿼츠 파동을 딛고 1980~1990년 재기에 성공한 시계 브랜드들은 저렴한 시계와의 차별화를 목표로 고급화 전략에 매진했다. 그중 1991년 까르띠에, 보메 메르시에, 제랄드 젠타, 다니엘 로스, 피아제는 가장 규모가 큰 시계 박람회였던 바젤월드를 떠나 제네바 팔렉스포에서 비공개 전시인 국제고급시계박람회(Salon International de la Haute Horlogerie, SIHH)를 개최했다. 초대받은 브랜드만 참가할 수 있어 12~16개 브랜드로 운영되던 소규모의 전시회였지만 시계 업계의 관심은 해가 갈수록 열기를 더했다. 2016년부터는 독립 시계 제작사에도 참여의 기회를 주었고, 2017년부터는 일반인에게 공개했으며, 2019년부터는 워치스 앤 원더스 제네바로 개명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진 바젤월드를 대체하는 시계 박람회로 거듭났다. 이 같은 역사적 흐름에서 전시회의 발전에 기여하며 큰 역할을 한 기관이 바로 고급시계재단(Fondation de la Haute Horlogerie, FHH)이다.

FHH는 2005년 ‘미래를 위한 유산(A Legacy for Tommorrow)’을 내세웠던 시계 업계의 거장 프랑코 콜로니(Franco Colony)의 뜻을 이어 오데마 피게, 제라드-페리고, 리치몬트 그룹 등이 모여 설립한 비영리 재단이다. ‘시계 제조 분야를 예술과 기술면에서 중요한 문화 유산으로 보존하며 미래 세대에 전파하는 일’을 모토로 삼고 2007년부터 SIHH의 총괄을 맡아 참가 브랜드와 초청객 관리, 전시 기획, 포럼 개최,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을 맡아왔다. 2016년 해시계부터 기계식 시계에 이르는 역사를 총망라한 저서 『시간에 대한 통찰(The Mastery of Time)』을 출간하고, 2024년 필립 뒤포(Philippe Dufour), 아니타 포르셰(Anita Porchet) 등을 포함한 시계 장인들의 작업과 워크숍, 강연을 기획해 <시계와 명장(Watches and Talents)>이라는 전시회를 개최한 일 등은 시계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으로 손꼽힌다.
시계 제작 과정을 조명한 <시계 제작자들> 전시회.
2014년부터는 브랜드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시계 교육 프로그램인 FHH 아카데미를 개설해 전 세계 20개국 10개 언어로 교육을 하고, 토익과 토플처럼 시계 지식을 검증할 수 있는 시험도 실시해왔는데, 한국도 2015년부터 포함되었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4만 명 이상이 시계 교육을 받았고, 이 중 1만 5000명 이 넘는 교육생이 인증 시험을 통해 정식 인증을 획득했다. 2016년에는 고급 시계 제조에 대한 정의와 그 범주에 포함되는 브랜드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정리한 저서 『고급 시계 제작에 관한 백서(Livre Blanc de la Haute Horlogerie)』도 발간했다. 2019년 SIHH가 규모를 확장한 워치스 앤 원더스로 개편되면서 FHH는 행사 주관사에서 벗어나 교육, 전시, 문화 컨텐츠 제작 등을 위주로 한 독립 재단으로 거듭났다.

FHH는 2025년 설립 20주년을 기념해 지난 6월 26일 스위스 제네바 리츠칼튼 호텔에서 기념 행사를 개최했다. 재단 설립에 참여한 오데마 피게의 대표 일라리아 레스타(Ilaria Resta), 제라드-페리고 대표 파트리크 프루니오(Patrick Pruniaux), 까르띠에-리치몬트의 문화, 자선 담당 시릴 비네론(Cyrille Vigneron), FHH 재단의 파스칼 라베수(Pascal Ravessou)와 오렐리 스트레(Aurélie Streit) 등이 참여해 ‘모두를 위한 시계 제조(Watchmaking for All)’라는 주제 아래 시계 제조 문화의 전승과 확산을 위한 비전을 강조했다.

지난 6월 27일부터 9월 7일까지 재단이 자리한 퐁드라마신의 전시장에서는 <시계 제작자들(Watch Makers)>이라는 제목의 무료 전시회도 열었는데, 무브먼트 제작부터 조각, 상감, 보석 세공 등에 이르는 40여 가지의 작업 과정 시연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 등도 함께 마련해 많은 호응을 얻었다. 또한 그간 시계 업계 전문 회사들 위주로 진행했던 FHH 아카데미의 교육 범위를 넓혀 일반 대중을 위한 이러닝 플랫폼인 FHH 부티크도 개설해 온라인 강의도 시작했다. 아울러 브랜드 대표나 제작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초청하는 FHH 포럼을 2025년 10월 17일 뉴욕에서 팟캐스트 공개를 포함해 개최할 예정인데, 이에 관한 소식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소셜미디어 계정인 시계와 문화(@watches_and_culture)에서 찾아볼 수 있다.
Writer : Jung Hee kyung(Member of FH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