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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revuedesmontres

2024년 시계 업계의 주요 이슈

흥미로운 시계 컬렉션 론칭과 CEO들의 인사이동 등 2024년에도 시계 업계는 다양한 이슈들로 가득했다. 지난 12개월간 시계 업계를 뜨겁게 달군 크고 작은 이슈들과 업계의 동향 등을 7가지로 정리했다.


1 화제의 파텍 필립 큐비투스 론칭

파텍 필립 큐비투스 컬렉션
파텍 필립 큐비투스 컬렉션

2024년 시계 업계의 가장 큰 화제 중 하나는 단연 파텍 필립 큐비투스의 론칭이었다. 파텍 필립이 무려 25년 만에 새롭게 론칭한 큐비투스 컬렉션은 공개 직후부터 극과 극의 평가를 받으며 시계 업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브랜드의 사각형 케이스 시계의 계보를 잇는 모델인 큐비투스는 정사각형 베젤에 둥근 모서리를 적용한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그러나 노틸러스와 너무나도 비슷한 다이얼과 브레이슬릿, 새로운 혁신을 찾아볼 수 없는 무브먼트 때문에 공개 직후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닉네임으로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데마 피게의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나 랑에 운트 죄네의 ‘오디세우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에도 시계 애호가들이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큐비투스에 관한 진정한 평가는 2024년이 아닌 2029년 또는 2034년에 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2024년 11월 큐비투스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많은 사람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파텍 필립이 2025년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큐비투스의 후속작을 선보인다 하더라도 큐비투스에 관한 논쟁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2 오데마 피게 한국 플래그십

    청담동에 위치한 오데마 피게 플래그십의 내부 전경.
청담동에 위치한 오데마 피게 플래그십의 내부 전경.

지난 8월 서울 청담동에 오데마 피게 플래그십이 오픈했다. 샤넬과 루이 비통, 프라다, 반클리프 아펠, 까르띠에 등 세계적인 패션 및 주얼리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자리한 청담동 패션 거리에 시계 브랜드의 플래그십이 오픈한 것은 오메가와 리차드 밀에 이어 세 번째다.


그러나 이번 오데마 피게 플래그십은 오메가나 리차드 밀과는 그 규모와 콘셉트 차원에서 차이가 있다. 오메가는 이미 몇 년 전에 영업을 종료했고, 리차드 밀은 오직 판매를 위한 공간으로만 존재한다. 반면 오데마 피게 플래그십은 940m²의 면적에 6개 층의 복합 건물로 구성되었으며, 부티크와 AP 하우스, 고객 서비스 센터를 포함하고 있다.


건물의 외관과 부티크는 AP 내부 건축가가 디자인하고, 오데마 피게의 스위스 유산과 한국의 문화 및 서울의 생동감 넘치는 리듬을 엮어낸 나머지 층의 실내 장식은 브랜드의 오랜 파트너인 코스타 스타타키스(Kosta Stathakis)가 이끄는 스위스 기반의 블렌드 스튜디오와의 협업으로 완성되었다. 각 층은 저마다 고유한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모두 우아함과 세련미, 장인 정신과 환대의 융합 지점이라는 공통된 맥락을 지닌다. 오데마 피게에 이어 2025년에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플래그십 오픈이 예정되면서 서울 청담동은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의 각축장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3 그 어느 해보다 활발했던 시계 브랜드 CEO의 인사이동


(왼) 반클리프 아펠의 새로운 CEO 캐서린 레니에, (오) 위블로의 새로운 CEO 줄리앙 토나레.

(왼) 태그호이어 새로운 CEO 앙투안 핀, (오) 브레게의 새로운 CEO 그레고리 키슬링.


2024년에는 유독 시계 브랜드의 인사이동이 많았다. 우선 리치몬트 그룹을 살펴보면 지난 7월 1일 까르띠에의 새로운 수장으로 전 바쉐론 콘스탄틴 CEO였던 루이 펠라(Louis Ferla)가 새롭게 임명되었고, 반클리프 아펠의 CEO는 이전에 예거 르쿨트르의 수장이었던 캐서린 레니에(Catherine Rénier)가 맡게 되었다. 이 때문에 공석이 된 바쉐론 콘스탄틴과 예거 르쿨트르의  CEO 인사는 2024년 12월에 이루어졌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10여 년 전 예거 르쿨트르를 이끌던 제롬 랑베르(Jérôme Lambert)가 다시 예거 르쿨트르로 돌아오면서 화제를 모았다.


LVMH 그룹도 리치몬트 그룹 못지않은 혁혁한 변화가 있었다. 태그호이어의 CEO였던 프레데릭 아르노(Frédéric Arnault)는 위블로와 제니스, 태그호이어의 CEO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는 LVMH 워치 CEO로 승진했다. 2024년 1월 LVMH 워치 부문의 인사 발표 당시 제니스에서 태그호이어로 옮겨갔던 줄리앙 토나레(Julien Tornare)는 9월에 단행된 인사에서 위블로의 CEO로 임명되었다. 이 때문에 공석이 된 태그호이어의 신임 CEO는 불가리의 워치 비즈니스 매니징 디렉터였던 앙투안 핀(Antoine Pin)이 맡게 되었고, 제니스의 CEO 자리에는 베누아 드 클레르크(Bernoit de Clerck)가 취임했다.


리치몬트와 LVMH에 비해 스와치 그룹의 인사는 브레게에서만 이루어졌다. 2021년부터 브랜드를 이끌어온 리오넬 아 마르카(Lionel a Marca)의 후임으로 오메가 부사장 출신의 그레고리 키슬링(Gregory Kissling)이 2024년 10월 1일부로 브레게의 CEO로 임명되었다.


그 밖에도 2024년 1월 1일부터 CEO 업무를 시작한 오데마 피게의 일라이아 레스타(Ilaria Resta)와 지난 4월 임명된 그뢰벨 포시의 CEO 미셸 니데거(Michel Nydegger)에 이르기까지 유독 리더십의 변화가 많은 한 해였다.


 

4 GPHG 에귀유 도르를 수상한 IWC


(왼) IWC의 CEO 크리스토프 그레인저 헤어, (오) IWC 포르투기저 이터널 캘린더.


명실공히 시계 업계의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이라고 할 수 있는 GPHG에서 최고상인 에귀유 도르 그랑프리를 수상한다는 것은 한 해 동안 출시된 시계 중에서도 최고의 시계라는 점을 의미한다. 지난 11월 13일 제네바에서 열린 2024년 GPHG 시상식에서 IWC 샤프하우젠의 ‘포르투기저 이터널 캘린더’가 에귀유 도르를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IWC의 뛰어난 기술력과 정교함을 다시 한 번 입증한 포르투기저 이터널 캘린더는 브랜드 최초의 세큘러 퍼페추얼 캘린더로, 기존의 퍼페추얼 캘린더와 동일한 모듈형 설계를 바탕으로 크라운을 통해 모든 디스플레이를 조작할 수 있다.


기존의 퍼페추얼 캘린더가 3년의 일반 연도와 1년의 윤년으로 이루어진 4년 주기를 따르는 반면, 포르투기저 이터널 캘린더는 그레고리력의 윤년 예외 규칙을 적용해 400년 동안 3번의 윤년을 건너뛴다. 이를 통해 3999년까지 정확하게 윤년을 계산할 수 있으며, 4000년이 윤년인지의 여부에 대한 공식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또한 이 모델은 전례 없는 정밀도의 문 페이즈 디스플레이가 특징이다. 이 디스플레이는 새롭게 개발된 3개의 중간 휠을 사용하는 감속 기어 트레인을 통해 45,361,055년이 지나야 단 하루의 오차만을 보이도록 설계되었다.


 

5 2024년에 열린 제10회 온리 워치


(왼)  2024 온리 워치의 브레게 출품작, (오) 2024년 온리 워치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낙찰된 파텍 필립 6301A 그랑 소네리 & 미닛 리피터


2년에 한 번씩 홀수 해에 열리는 온리 워치의 10번째 경매는 원래대로라면 2023년 11월에 열렸어야 했다. 그러나 경매가 열리기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전면 중단되고 말았다. 이 같은 사태는 2023년 10월 17일 오데마 피게가 온리 워치 경매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뉴스가 시발점이 되었는데, 온리 워치를 관리하는 모나코 근위영양증 협회(AMM)의 자금 배정과 운영 방식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결국 잠정 연기라는 사태로 이어졌다.


이에 온리 워치는 기한 안에 약속된 리포트를 제출하고, 2024년 5월 10일에 10번째 경매를 개최했다. 2023년에는 총 62점의 시계가 출품되었지만, 올해 경매에는 52개 브랜드의 47점이 전부였다. 오데마 피게를 포함해 쇼파드, 튜더, 제라드 페리고, 율리스 나르당, 부쉐론, 제이콥앤코, 드베튠 등 15개 브랜드가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오데마 피게와 튜더는 온리 워치에서 늘 화제를 불러모았던 브랜드였기 때문에 이들의 불참 소식은 더욱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10번째 온리 워치는 경매 하루 전에 주관사인 크리스티의 홈페이지가 사이버 공격을 받는 악재까지 겪게 되어 온라인 입찰을 제외한 현장과 전화 입찰로만 경매를 진행했다.


사이버 공격이 온리 워치 경매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아 예정대로 경매가 진행되었지만, 5월 14일까지 크리스티의 웹사이트가 오프라인 상태를 유지하면서 경매 결과를 바로 찾아볼 수는 없었다. 2024년 온리 워치의 최종 모금액은 2832만 스위스프랑(한화 약 422억 7000만 원)이었는데, 금액의 대부분이 파텍 필립 6301A 그랑 소네리와 미닛 리피터 시계가 1570만 스위스프랑(한화 약 234억 3000만 원)에 낙찰된 데서 나왔다.


 

6 포뮬러 1, 롤렉스에서 LVMH로 공식 타임키퍼 변경

포뮬러 1은 2024년까지 롤렉스가 공식 타임키퍼를 맡았다.
포뮬러 1은 2024년까지 롤렉스가 공식 타임키퍼를 맡았다.
태그호이어는 오랜 기간 포뮬러 1 레이싱 팀과 함께했다.
태그호이어는 오랜 기간 포뮬러 1 레이싱 팀과 함께했다.

2024년 10월 LVMH 그룹이 포뮬러 1과 2025년부터 향후 10년간 글로벌 파트너 계약을 발표하면서 2024년 여름부터 비공식 채널을 통해 번지던 포뮬러 1 스폰서십에 관한 소문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이번 새로운 계약에는 패션 하우스 루이 비통과 주류 브랜드 모엣 헤네시 그리고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를 포함한 LVMH 그룹의 여러 상징적인 메종이 포함되었다.


10년에 걸쳐 연간 약 1억 달러(한화 약 1434억 원)가 넘는 가치를 지닌 이번 스폰서십 계약은 2025년부터 발효되며, 이는 LVMH가 스포츠계에 새롭게 진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브랜드별로 스포츠 스폰서십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그룹이 자체 명의로 계약을 체결한 것이 지난 2024년 파리 올림픽 대회와 패럴림픽 대회 이후 두 번째에 불과한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까레라와 모나코 같은 레이싱에서 영감을 받은 타임피스를 선보이고 있는 태그호이어의 복귀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20세기 말에 포뮬러 1의 글로벌 파트너였던 태그호이어는 오라클 레드불 레이싱 팀의 공식 타임키퍼이기도 하다. 포뮬러 1과 LVMH 간의 이번 계약으로 인해 2013년부터 전 세계 포뮬러 1 서킷을 장식했던 롤렉스의 초록색 로고는 사라지고 태그호이어의 방패 모양 로고가 그 자리를 대신할 전망이다.


 

7 세계 곳곳에서 열린 워치 이벤트

2024년 1월 마이애미에서 열린 LVMH 워치 위크 전경.
2024년 1월 마이애미에서 열린 LVMH 워치 위크 전경.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통적인 시계 박람회에 대한 시선이 회의적일 때가 많았지만, 2020년 팬데믹을 겪은 이후로 시계 이벤트는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다. 2024년 워치스 앤 원더스에는 출범 이후로 가장 많은 54개 브랜드가 참가했지만, 내년에는 불가리 등이 새롭게 합류하면서 총 60개 브랜드로 늘어나게 되었다. 8월에 열리는 제네바 워치 데이 또한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 브랜드가 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가장 큰 추세는 시계 이벤트가 시계의 나라인 스위스를 넘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부터 열린 LVMH 워치 위크는 2023년 싱가포르에 이어 2024년에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렸다. 2년에 한 번씩 두바이에서 열리는 두바이 워치 위크와 멕시코의 국제 파인 워치메이킹 전시회(Salón Internacional Alta Relojería, SIAR) 같은 지역 박람회 역시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임워치 포스터.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임워치 포스터.

특히 비상업적 이벤트인 두바이 워치 위크의 10번째 오롤로지 포럼(Horology Forum)이 2024년 10월 홍콩에서 열리며 세를 더욱 확장했다. 2024년에는 특히 2개의 새로운 시계 박람회가 열렸다. 이탈리아 특유의 예술성과 워치메이킹의 두 세계를 하나로 융합한 밀라노 워치 위크는 10월 4일부터 6일까지 열렸는데, 드베튠과 그뢰벨 포시, 엠비앤에프 같은 20개의 독립 시계 브랜드가 참가했다. 싱가포르의 시계 소매 업체인 아워 글라스가 후원하는 ‘아임워치(IAMWATCH)’는 커뮤니티 참여형 플랫폼이자 비상업적인 이벤트로 10월 17일부터 20일까지 싱가포르 에디션 호텔에서 열렸다.


여전히 워치스 앤 원더스라는 거대 박람회가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도 지역 고객과 브랜드를 더욱 가깝게 연결해주는 이런 소규모의 맞춤 이벤트는 결과적으로 시계 업계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에 기여해나갈 것이다.


Editor : Lee Eun K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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