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현대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가장 잊지 못할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전례 없는 팬데믹 상황이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시계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박람회 취소를 시작으로 각 브랜드의 생산량 감소와 매출 감소 등 우려했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2020년을 마무리하며 한 해 동안 시계 업계를 강타한 브레이킹 뉴스를 타임라인으로 정리했다.
1월 13일 LVMH 두바이 워치 위크 개최
스와치 그룹을 시작으로 LVMH 그룹과 리차드 밀, 브라이틀링 등을 포함해 대형 시계 박람회로부터 독립을 시도하는 시계 브랜드의 움직임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LVMH 그룹 소속의 시계 브랜드들이 2020년 1월 중순 두바이에서 워치 위크를 개최했다.
이 행사의 실질적인 호스트였던 불가리의 CEO 장 크리스토프 바뱅은 “태그호이어와 제니스, 위블로, 불가리를 포함한 LVMH 그룹의 시계 브랜드들은 2020년 1월에 시장에 내보낼 새로운 시계를 선보이는 행사를 2년 전 문을 연 두바이의 불가리 리조트에서 진행하고 싶었다”라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두바이 워치 위크에는 저명한 시계 전문가부터 주요 매체 기자들, LVMH 그룹의 브랜드 유통을 담당하는 주요 리테일러 등이 참석했다.
2월 27일 워치스 앤 원더스 제네바 취소
코로나 19(COVID-19)의 확산으로 인해 4월 25일부터 29일까지 제네바 팔렉스포에서 개최될 예정이였던 워치스 앤 원더스 제네바가 전격 취소되었다.
바젤월드 주최측은 4월 30일부터 5월 5일까지 진행되는 바젤월드를 취소할 예정은 아직 없다고 이보다 며칠 전에 발표했지만 FHH 재단이 워치스 앤 원더스 제네바를 취소한 다음날인 2월 28일에 박람회를 20121년 1월로 연기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러나 바젤월드 주최측의 일방적인 연기와 시기 조율의 실패 등으로 바젤월드는 2021년에도 개최가 불투명해지면서 사실상 아예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릴 안타까운 위기에 봉착했다.
3월 17일 스위스 정부 비상사태 선포
스위스 정부가 3월 17일 자정부터 모든 개인 및 공공 행사를 금지했다. 또한 바, 레스토랑, 스포츠 시설 및 문화 공간의 폐쇄를 명령했다. 이로 인해 롤렉스는 3월 20일부터 몇 주간 공장을 모두 폐쇄했고, 파텍 필립과 오데마 피게, 위블로, 태그호이어 등의 메이저 브랜드들도 생산 현장을 폐쇄했다.
4월 14일 파텍 필립, 롤렉스, 쇼파드 등 바젤월드와 결별 발표
롤렉스와 파텍 필립, 쇼파드, 튜더, 샤넬이 세계 최대의 워치 & 주얼리 박람회인 바젤월드를 떠나 2021년부터 제네바에서 새로운 시계 박람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롤렉스 재무 팀의 이사이자 바젤월드에 참여하는 브랜드들이 소속되어 있는 커미티(Committie)의 대표인 위베르 뒤 플레시(Hubert du Plessix)가 바젤월드측에 환불을 요청하는 편지를 공개하면서 바젤월드가 아예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루머가 회자된 지 며칠 되지 않는 시점에서 롤렉스가 바젤월드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이에 파텍 필립과 튜더, 샤넬, 쇼파드 등 바젤월드의 주요 브랜드도 함께 바젤월드를 떠나기로 결정하고 FHH 재단과 협업해 2021년 4월 제네바에서 새로운 시계 박람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5월 25일 워치스 앤 원더스 제네바 온라인 오픈
2월 25일 워치스 앤 원더스가 취소되자마자 FHH 재단은 발빠르게 사이트를 재정비하고 디지털로 신제품을 일제히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워치스 앤 원더스 오리지널 이벤트의 시작일인 4월 25일 오전 10시(스위스 시간)에 30여 개 참여 브랜드의 2020년 신제품이 전 세계의 저널리스트와 리테일러, 시계애호가 등에게 공개되었다.
방문자들은 사이트를 통해 각 브랜드가 제공하는 최신 릴리즈를 포함해 브랜드 CEO의 특별한 동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FHH 저널의 발표에 따르면 180여 개국에서 워치스 앤 원더스 사이트를 방문했고, 소셜미디어에 8570만 회 이상 언급되었다고 한다.
6월 18일 스와치 그룹 최고 경영진 개편
세계 시계 산업의 위기에 따른 조치의 일환으로 스와치 그룹이 최대 규모로 경영진을 개편했다. 론진과 티쏘, 해밀턴, 라도, 세르티나 등 그룹의 주요 브랜드 경영진과 이사회 멤버가 새롭게 바뀌었고, 새로운 최고경영진은 7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스와치 그룹의 최대 주력 브랜드인 오메가의 CEO 레이날드 애슐리만은 스와치 그룹 이사회 경영진으로 입성했고, 해밀턴의 CEO였던 실뱅 돌라는 티쏘 CEO에 선입되었으며, 티쏘의 CEO였던 프랑수아 티에보는 티쏘 이사회 회장직을 맡게 되었다. 또한 라도의 마티아스 브레스찬은 론진 CEO로 선임되는 등 전례 없는 대대적인 최고경영진 개편이 이뤄졌다.
8월 26일 제네바 워치 데이즈
불가리와 브라이틀링, 율리스 나르당, 지라드 페리고, 엠비앤에프, 모저앤씨 등 17개의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가 참여한 제네바 워치 데이가 지난 8월 26일부터 29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다. 원래 4월 말에 개최하기로 했던 제네바 워치 데이는 코로나 19의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 때문에 취소되는 듯했으나 지난 8월 말에 드디어 열리게 되었다.
제네바 워치 데이의 공식적인 개막 이벤트는 8월 26일 오후에 제네바 지방 자치 단체와 17개 참여 브랜드 CEO가 공식적으로 함께했다. 프레스와 리테일러에게 공개된 이번 행사는 워치스 앤 워더스나 바젤월드처럼 한곳에 여러 브랜드가 모이는 형식이 아니라 제네바의 여러 호텔과 브랜드 부티크에서 각각 진행되었다.
4일 동안 열린 박람회 기간 동안 리테일러와 미디어들은 각 브랜드의 2020년 신제품을 각각의 쇼룸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었으며, 일반인들은 로통 드 몽블랑(Rotonde du Mont-Blanc)에 위치한 공식 파빌리온에서 낮 동안 신제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9월 1일 롤렉스 신제품 발표
매년 열리는 바젤월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애호가들을 거느리고 있는 롤렉스가 9월 1일 신제품을 발표했다. 바젤월드의 취소로 인해 불투명했던 롤렉스의 2020년 신제품 발표가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2020년 롤렉스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서브마리너 신형 모델을 선보였고, 가장 기본적인 오이스터 시계인 오이스터 퍼페츄얼에는 컬러풀 래커 다이얼을 적용했다.
9월 9일 워치스 앤 원더스 상하이
고급시계재단은 9월 9일부터 13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제1회 워치스 앤 원더스 상하이를 개최했다. 상하이에 위치한 웨스트 번즈 아트 센터에서 열린 이번 워치스 앤 원더스 상하이는 FHH 재단과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B2C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티몰(Tmall)이 손잡고 함께 진행했다.
까르띠에를 포함해 로저드뷔, 파네라이 등 리치몬트 그룹 소속의 브랜드와 파르미지아니, 퍼넬 등 총 9개 브랜드가 참여한 이번 워치스 앤 원더스 상하이는 단순히 시계를 전시하는 오프라인 행사가 아닌 온라인에서 시계를 직접 판매하는 이벤트로 진행되었다. 9월 1일부터 11일까지 온라인 프리 세일을 했으며, 9월 12일과 13일에는 판매를 진행했다.
오프라인 이벤트는 9월 13일까지 열렸는데, 럭셔리 파빌리온의 디지털 쇼케이스를 통해 중국 소비자와 시계애호가들은 독점적으로 큐레이트된 콘텐츠와 최근에 발표된 최고의 럭셔리 모델을 온라인에서 미리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FHH 재단과 공동으로 조직된 포괄적인 워크숍과 세션 프로그램 덕분에 시계 제작의 세계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9월 29일 워치스 앤 원더스 산야
9월 29일부터 10월 31일까지 한 달 동안 중국 남동부의 산야에서 워치스 앤 원더스 산야가 열렸다. 중국에서 열린 두 번째 워치스 앤 원더스에는 11개 메종이 참가했으며, 워크숍과 토크쇼, 워치메이킹 시연 등 다양한 이벤트가 함께 열렸다.
11월 12일 GPHG 시상식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GPHG 시상식이 스위스 제네바 레만 극장에서 열렸다. 수백 명의 관람객이 함께했던 이전의 시상식과 달리 올해에는 GPHG 주최측 관계자와 심사위원, 수상 브랜드 담당자 등 극히 소수만 참가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세계 순회 전시 등이 모두 취소되면서 분위기가 다소 위축되는 듯 보였으나 GPHG 최초로 아카데미를 출범하면서 더욱 공신력 높은 상으로 거듭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