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 문화와 바로크 시대에 뿌리를 둔 불가리는 지난 8월 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네바 워치 데이 2024에서 ‘소리’라는 하나의 주제를 예술로 승화시킨 신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그중 우리가 주목한 신제품 가운데 하나는 불협화음과 긴장감을 가져다주는 악마의 음정을 자아내는 새로운 버전의 ‘옥토 로마 까리용 투르비용’이다.
시간과 소리의 예술적 융합을 담아내는 타종 시계는 제작하기가 극도로 어려운 컴플리케이션 가운데 하나다. 해머가 공을 두드리는 방식으로 차임을 울리는 타종 시계는 사용하는 금속 공의 크기와 소재에 따라 음색이 달라지기에 단순히 기계적인 정확성을 넘어 소리의 음질과 음량, 울림의 지속성까지 두루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이탈리아 로만 주얼러이자 워치메이커인 불가리는 미닛 리피터를 시작으로 카리용(Carillon), 그랑 소네(Grande Sonnerie), 프티 소네(Petite Sonnerie) 등에 이르는 타종 시계를 선보이며 소리의 영역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왔다. 그러나 이미 성취한 결과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불가리는 지난 8월 말 열린 제네바 워치 데이 2024에서 전례 없이 독특한 트라이톤(Tritone, 3온음) 인터벌을 연주하는 새로운 버전의 ‘불가리 옥토 로마 까리용 투르비용’을 선보이며 모두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프랑스어로 ‘음악’을 의미하는 ‘카리용’은 단순한 음의 높낮이로 시간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긴 곡조를 연주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춘 컴플리케이션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미닛 리피터보다 제작하기가 더 어렵다. 이 시계에는 불가리가 2021년 선보인 투르비용과 미닛 리피터 기능의 인하우스 매뉴얼 와인딩 칼리버 BVL428을 한 단계 발전시킨 무브먼트가 탑재되었다. 케이스 측면의 트리거를 작동시키면 이전 모델과 동일하게 시와 쿼터 그리고 분을 소리로 알려주는데,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쿼터를 나타내는 음향이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 음향은 불가리가 이탈리아 출신의 스위스 지휘자 로렌조 비오티(Lorenzo Viotti)와 협업한 결과로 완성되었는데, 쿼터의 음이 기존의 웨스트민스터 차임 대신 트라이톤 인터벌을 연주한다. 3개의 온음 간격을 가진 음악적 인터벌인 트라이톤은 옥타브를 절반으로 나누며 불협화음과 긴장감을 가져다주는 ‘악마의 음정(Devil’s Interval)’으로도 불린다.
직경 44mm의 케이스는 로즈 골드로 제작했고, 미들 케이스는 차밍 메커니즘의 소리 성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그릴을 연상시키는 홀(Hole)을 뚫어 소리가 케이스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이동하며 가능한 멀리 울려 퍼질 수 있도록 설계했다. 다이얼 역시 스켈레톤 처리한 덕분에 탑재한 무브먼트를 시계의 앞면과 뒷면 모두에서 감상할 수 있는데, 메인 플레이트를 포함한 무브먼트의 일부 부품에도 소리를 강조하기 위한 원형의 도트와 그릴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금속의 양을 줄이기 위해 아워와 미닛 핸즈, 6시 방향의 투르비용 케이지 등은 스켈레톤으로 처리했다.
불가리 옥토 로마 까리용 투르비용
Editor: Ko Eun 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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