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의 새로운 지평, 블랑팡 그랑 더블 소네리
- revuedesmontres
- 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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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4일 오후 6시, 블랑팡이 ‘그랑 더블 소네리’를 선보였다. 시계를 공개하기에 앞서 블랑팡은 스위스 발레드주의 르 브라쉬에 있는 매뉴팩처로 전 세계 주요 시계 전문 저널리스트와 인플루언서들을 약 2주에 걸쳐 국가별로 초대했다. 매뉴팩처에 도착하기까지 시계의 정체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으며, 시크릿 랩부터 데코레이션 아틀리에 그리고 이 시계를 직접 조립한 워치메이커를 모두 만나고 나서야 블랑팡의 회장 겸 CEO인 마크 A. 하이예크(Marc A. Hayek)의 방에서 시계의 실물을 볼 수 있었다.

그랑 더블 소네리
그랑 소네리의 개발을 주도한 마크 A. 하이예크는 이 희귀한 컴플리케이션을 완성한 몇몇 브랜드의 대열에 합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블랑팡만의 방식으로 그 한계를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일반적으로 시각을 알리는 소리는 2가지의 음으로 구성되지만, 그는 블랑팡 워치메이커들에게 4가지의 음으로 울리는 그랑 소네리를 구상하도록 영감을 주었다. 그리고 그는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소리가 아니라 하나의 멜로디로 시간을 표현하는 예술적 차임을 꿈꾸었다.
‘시간을 2가지 멜로디로 표현할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발상에서 출발한 그의 구상은 클래식한 웨스트민스터 차임(Westminster Chime)과 록 밴드 KISS의 드러머이자 워치 컬렉터인 에릭 싱어(Eric Singer)가 직접 작곡한 오리지널 멜로디를 버튼 하나로 선택하고 전환할 수 있는 혁신적인 시스템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실현 불가능해 보였던 이 아이디어는 마침내 현실이 되었고, 나아가 워치메이킹 역사에 새로운 장을 기록했다.

마크 A.하이예크와 에릭 싱어.
마크 A. 하이예크는 “그랑 소네리는 워치메이킹에서 가장 구현하기 어려운 컴플리케이션 중 하나이자 모든 컴플리케이션의 여왕이라 불립니다. 저는 오너가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는 그랑 소네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금고 속에 보관되어 있는 기술적 실험이 아니라 실제로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시계를 원했습니다. 2가지 멜로디가 진정한 음악성을 지니고, 무엇보다 시간을 울릴 때 미소를 짓게 하는 시계, 그 울림이 진심 어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시계 말입니다. 정교한 그랑 소네리 메커니즘이 드러난 오픈 구조 속에서 4개의 해머가 멜로디를 울리고, 13건의 특허를 획득한 골드 무브먼트가 화려하게 빛을 발하며, 여기에 최상의 마감까지 더한 이 시계가 진정한 시계 애호가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전하기를 바랍니다”라고 그랑 더블 소네리를 소개했다.

그랑 더블 소네리의 백 케이스.
그의 설명처럼 새로운 그랑 더블 소네리는 블랑팡 역사상 가장 복잡한 타임피스로, 8년에 걸친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완성되었다. 총 1200장의 기술 도면과 21건의 특허 그리고 1053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무브먼트, 1116개에 달하는 전체 시계의 부품 수가 이를 증명한다. 이 시계에는 2가지 멜로디의 그랑 소네리, 프티 소네리, 미닛 리피터 기능과 더불어 플라잉 투르비용과 레트로 그레이드 퍼페추얼 캘린더가 모두 결합되어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의 세계에 진정한 혁신을 선사한다.
블랑팡의 그랑 더블 소네리는 2개의 독립적인 배럴을 탑재하고 있는데, 하나는 시계의 기본 작동을, 다른 하나는 그랑 소네리와 프티 소네리 그리고 슬라이드 작동 없이 구동되는 미닛 리피터를 담당한다. 그랑 더블 소네리는 단순한 차임을 넘어 진정한 ‘멜로디’를 구현한다는 마크 A. 하이예크의 발상에서 탄생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블랑팡은 기존의 2개의 음 대신 4개의 음(E, G, F, B)을 사용했는데, 이는 곧 각각의 음을 담당하는 4개의 해머가 필요하다는 점과 무브먼트의 복잡성이 2배로 증가한다는 점을 의미했다.
그랑 더블 소네리의 무브먼트 부품은 모두 완벽한 피니싱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이것은 소리를 멜로디의 세계로 끌어올리기 위한 첫 단계에 불과했다. 두 음의 구조에서는 각 음의 주파수나 음정의 관계에 어느 정도 유연성이 있었지만, 멜로디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음이 완벽히 조율되어야 했다. 이를 위해 블랑팡의 워치메이커들은 레이저를 활용해 진동의 주파수를 정밀 측정하고, 4가지의 음이 완벽히 조율되도록 세밀한 튜닝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은 마치 콘서트의 시작을 앞두고 오보에의 ‘A’음에 맞춰 오케스트라 전체가 음정을 조율하는 순간과 같다. 멜로디를 완성하기 위한 또 하나의 필수 요소는 완벽한 템포다. 인간의 귀는 멜로디를 들을 때 0.1초의 미세한 불규칙도 감지할 만큼 예민하기 때문이다.

그랑 더블 소네리의 무브먼트 부품은 모두 완벽한 피니싱 과정을 거친다.
그랑 더블 소네리 역시 미닛 리피터처럼 차임의 속도를 제어하는 레귤레이터를 탑재하고 있다. 블랑팡은 이 부분에서도 새로운 혁신을 더했다. 이 시계에는 기존의 설계를 뛰어넘는 자기식 레귤레이터(Magnetic Regulator)가 적용되었다. 이 특허 기술은 완전히 무소음으로 작동해 차임 소리와 경쟁하는 기계식 소음을 없애며, 기존 방식보다 훨씬 안정적인 템포를 구현한다. 멜로디를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더욱 높은 수준의 정밀함이 필요했다. 앞서 언급한 4가지 음정과 마찬가지로 각 음 사이의 간격 또한 과학적으로 측정해야 했다.

그랑 더블 소네리를 담당하는 워치메이커 로메인과 요안.
이를 위해 블랑팡의 엔지니어들은 자체 연구소에서 분석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마스터 워치메이커들에게 기술적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이어 워치메이커들은 자신들의 전통적인 장인 정신을 통해 소네리 메커니즘의 기어 톱니 형상을 1마이크론 단위로 미세하게 조정한다. 이처럼 첨단 기술과 장인 정신이 조화를 이루는 이 같은 과정을 통해 0.1초 오차 이내의 일정한 템포가 완벽히 실현된다.
블랑팡의 장인 정신은 정각에 울리는 멜로디 속에서 완전히 드러난다. 대부분의 그랑 소네리가 정시에 시각만을 울리는 반면, 그랑 더블 소네리는 시간을 울린 후 4개의 쿼터를 모두 연주하며 완전한 멜로디를 선사하는데, 여기에는 단순한 차임을 넘어 시간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블랑팡의 철학이 담겨 있다.

그랑 더블 소네리의 투르비용 조립 과정.
그랑 더블 소네리에는 블랑팡이 1989년 첫선을 보인 세계 최초의 손목시계용 플라잉 투르비용도 함께 장착되었다. 블랑팡은 이 상징적인 메커니즘을 한층 더 발전시켰는데, 진동수를 3Hz에서 4Hz로 높였으며, 밸런스 스프링을 실리콘 소재로 제작해 자성에 대한 저항성과 함께 더 가벼운 무게, 이상적인 기하 구조, 메인스프링의 장력 변화에도 일정한 진폭을 유지하는 정밀성 등을 구현했다. 기술적 진보를 넘어 이번 작품은 투르비용의 미학적 아름다움까지 기념한다. 특히 케이지의 미러 폴리싱 마감은 빛의 반사와 굴절을 통해 메커니즘의 우아한 움직임을 극적으로 부각시키며 그 정교한 회전에 시선을 머물게 한다.

그랑 더블 소네리의 다이얼.
그랑 더블 소네리를 더욱 정교하면서도 실용적인 컴플리케이션 타임피스로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구동되는 퍼페추얼 캘린더다. 블랑팡은 이미 여러 형태의 퍼페추얼 캘린더를 선보여왔지만, 이번 모델을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구조가 필요했다. 이에 기존보다 훨씬 복잡한 방식인 캘린더 메커니즘의 완전 통합형 설계를 선택했는데, 이는 전례 없는 시도이자 메종의 기술적 도전 정신을 보여주는 결정이었다. 날짜 표시 창은 무브먼트의 왼쪽 가장자리를 따라 장착하고, 요일과 월, 윤년 등의 표시 기능은 오른쪽의 2개 서브 다이얼에 나누어 배치했다. 기존 블랑팡의 특허 기술인 언더 러그 코렉터는 케이스 러그 아래에 스프링 구조로 통합해 도구 없이 손끝으로만 손쉽게 조정할 수 있다. 한편 이번 모델에서는 골드 음향 멤브레인의 존재로 인해 이 시스템을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해야 했는데, 블랑팡은 코렉터와 복귀 스프링을 무브먼트 내부에 직접 통합하는 방식으로 유례없는 최상의 기술력을 발휘했다.
Editor : Lee Eun Kyong
*더 자세한 이야기는 <몽트르 코리아> 12월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