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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매력의 보석 투르말린

안락과 희망을 의미하는 투르말린은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다양한 컬러를 발산한다. 특히 레드 톤의 루벨라이트와 블루 톤의 파라이바 투르말린은 하이 주얼리 메종에서 최근 가장 각광받는 보석으로 떠오르고 있다. 투르말린의 산출지와 종류 그리고 투르말린이 세팅된 각 메종의 하이 주얼리 등을 함께 소개한다.


불가리 X 엠비앤에프 LM 플라잉T 알레그라
다이얼에 투르말린과 차보라이트, 루벨라이트, 자수정 등을 세팅한 LM 플라잉T 알레그라, 불가리 X MB&F.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 7세(Cleopatra VII)가 로마의 장군 율리우스 카이사르(Julius Caesar)에게 선물했다는 전설을 지닌 붉은 보석은 실제로 존재한다. 현재 펜던트로 남겨진 이 보석의 이름은 ‘카이사르의 루비(Caesar’s Ruby)’다. 이 보석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에 따르면, 16세기 프랑스의 왕 샤를 9세(Charles IX)가 서거하자 왕비인 오스트리아의 엘리자베트(Elisabeth of Austria)가 그녀의 본국인 합스부르크로 가져갔다고 전한다. 이후 1618~1648년에 일어난 30년전쟁 중에 스웨덴군이 프라하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카이사르의 루비는 전리품이 되었다. 스웨덴의 왕 구스타프 3세(Gustav III)는 사촌인 예카테리나 2세(Ekaterina II)가 1762년 러시아 왕좌에 오르게 되자 두 나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카이사르의 루비를 선물로 주었고, 이 보석은 러시아의 제국관에 세팅되었다.


피아제 로즈 링

핑크 투르말린과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로즈 링, 피아제


1922년 러시아 광물학자인 알렉산드르 예브게네비치 페르스만(Aleksandr Evgenevich Fersman)은 수백 년 동안 카이사르의 루비라고 불려온 보석이 루벨라이트 투르말린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러시아 제국관에 세팅되었던 보석이 언제 어떤 이유로 라즈베리 형태를 갖춘 펜던트로 만들어졌는지에 관한 확실한 문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중량 52캐럿, 크기 4×2.7×2.3cm의 카이사르의 루비는 현재 러시아의 모스크바 크렘린 다이아몬드 펀드(Kremlin’s Diamond Fund)에서 전시 중이다.



수많은 컬러의 다양성을 지닌 스톤


반클리프 아펠 뤼미에르 뒤 노르 네크리스
그린 투르말린과 사파이어, 터쿼이즈,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뤼미에르 뒤 노르 네크리스, 반클리프 아펠.

실제로는 루벨라이트 투르말린이었던 카이사르의 루비처럼 투르말린은 다양한 색상을 지녔고, 수세기 동안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1554년 스페인의 정복자 프란시스코 스피노사(Francisco Spinoza)의 브라질 원정대는 녹색의 투르말린을 ‘브라질 에메랄드’라고 불렀다. 이렇듯 투르말린은 ‘다양한 색’ 또는 ‘혼합된 색’이라는 뜻을 지닌 스리랑카의 싱할라어(Sinhala) ‘토라 몰리(T ra-Molli)’에서 기원했다. 네덜란드의 상인들이 스리랑카에서 여러 색의 보석을 보고 적용한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물리학자들은 투르말린 결정에 열을 가하면 초전기성을 띠고, 압력을 가하면 압전기성을 띠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투르말린을 전기석이라고도 부른다. 투르말린은 삼방정계 결정구조로 붕규산염 광물이며, 복잡하고 다양한 화학 조성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성분의 조성에 따라 엘바이트(Elbaite), 드라바이트(Dravite), 크롬드라바이트(Chromdravite), 쇼를(Schorl), 우바이트(Uvite), 리디코아타이트(Liddicoatite) 등으로 일컬어진다. 이외에도 투르말린은 복잡한 화학 구조로 조성되어 각 사이트의 원소들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되는데, 공식 광물학회에서 인정한 투르말린은 현재 37개의 종으로 분류된다.


까르띠에 보떼 두 몽드 링
파라이바 타입 투르말린과 에메랄드, 오닉스,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보떼 두 몽드 링, 까르띠에.


넓은 색의 범위를 가진 유색 보석인 투르말린의 변종은 명명에도 영향을 미친다. 엘바이트종으로는 리듐(Li)을 함유한 적색 계열의 루벨라이트(Rubellite, 핑크 투르말린과 구분), 철(Fe)을 함유한 청색 계열의 인디콜라이트(Indicolite), 녹색 계열의 베르델라이트(Verdelite) 또는 녹색 투르말린(Green Tourmaline), 무색의 아크로아이트(Achroite) 등이 있다.


드라바이트는 통상적으로 황색과 갈색 계열을 일컫는다. 상업용어로 사바나(Sabana) 투르말린과 잠비아 광산의 이름을 딴 카나리(Canary) 투르말린은 밝은 황색 계열의 투르말린을 일컫는다. 짙은 녹색을 띠는 크롬 투르말린은 탄자니아와 케냐의 광산에서 산출되는데, 2가지의 오해를 지니고 있다. 하나는 미량의 함유 원소가 크롬이 아니라 바나듐(V)에 의한 화학 성분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오랜 기간 브라질 또는 아프리카 에메랄드라고 불렸다는 것이다.


피아제 로즈 이어커프

투르말린과 아쿠아마린, 아메시스트,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로즈 이어커프, 피아제.



한 가지 이상의 색을 가진 파티 컬러드(Parti-Colored) 투르말린 중에는 리디코아타이트가 있는데, 이 이름은 미국보석감정원(GIA)의 제2대 학장이자 보석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리처드 리디코트 주니어(Richard T. Liddicoat, Jr.)의 이름에서 기원한 것이다. 하나의 보석에 2가지 색이 보이도록 커팅된 경우에는 바이 컬러드(Bi-Colored) 투르말린이라고 부른다. 워터멜론(Watermelon) 투르말린은 수박처럼 핑크색이 중심에 위치하고 주변부에 그린색이 있는 투르말린이다. 이외에 흑색 계열의 주상결정으로 산출되고 철을 함유한 쇼를이 있다. 특수효과를 가진 변종으로는 고양이의 눈이 깜빡이는 것처럼 보이는 묘안효과(Cat’s Eye, Chatoyancy) 투르말린과 광원에 따라 빛을 선택적으로 흡수해 각기 다른 색을 보이는 변색 효과(Color Change) 투르말린이 있다.



가장 사랑받는 투르말린, 파라이바 투르말린


쇼파드 애니멀 월드 피콕 워치
파라이바 투르말린과 사파이어, 차보라이트 등 2230개의 젬스톤을 세팅한 애니멀 월드 피콕 워치, 쇼파드.

1989년 마켓에 등장한 네온 빛을 띠는 청색과 녹색 계열의 파라이바(Paraiba) 투르말린과 파라이바 타입(ParaibaType)투르말린은 데뷔 이후 30년 동안 그 자체가 클래스가 된 보석이다. 네온 빛을 띠는 파라이바 투르말린과 파라이바 타입 투르말린에 관해 감정소 매뉴얼 통합 협의회(LMHC : Laboratory Manual Harmonisation Committee)는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색상은 청색(Electric Blue, Neon Blue, Violet Blue), 청록에서 녹청(Bluish Green to Greenish Blue), 녹색이나 황녹색(Green or Yellowish Green)이고, 중간 정도에서 높은 정도의 채도와 명도이며, 산출지와 관계없이 구리와 망간을 함유해야 한다. 파라이바 이름의 기원은 브라질의 이 지역이 처음 채굴된 장소인 것에 기인한다.”


쇼파드 물고기 이어링
파라이바 투르말린과 사파이어, 에메랄드 등을 세팅한 물고기 이어링, 쇼파드.

LMHC의 정의처럼 파라이바 투르말린의 주요 산출지는 브라질의 파라이바와 리우 그란데 두 노르테(Rio Grande do Norte) 지역이다. 이후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오요(Oyo)와 모잠비크의 마라카(Maraca) 지역에서도 파라이바 투르말린이 산출된다. 판구조론에 따라 2억 년 전에 브라질과 아프리카가 한 대륙으로 이어져 곤드와나 대륙이라는 초대륙을 이루고 있었다는 가설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파라이바 투르말린보다 극미량의 구리를 함유한 원석을 파라이바 타입 투르말린이라고 부른다. 열처리 같은 원석 처리 기법을 통해 색의 향상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감별서를 통해 산출지와 처리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투르말린의 산출지와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


부쉐론 푀이아쥬 디아망 커프 브레이슬릿
그린 투르말린과 다이아몬드 파베 세팅된 알루미늄 그리고 화이트 골드 소재로 제작한 푀이아쥬 디아망 커프 브레이슬릿, 부쉐론.

투르말린은 다양한 지질학적 환경에서 산출되며, 결정이 형성된 환경의 화학적 성분이 분류에 영향을 미친다. 루벨라이트는 아프가니스탄과 오스트레일리아, 나미비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마다가스카르, 짐바브웨 등지에서 산출된다. 레드와 핑크 계열의 투르말린은 1900년대 초까지 미국의 샌디에이고(San Diego)에서 많이 산출되었다. 이외에도 브라질의 페그마타이트 광산, 탄자니아, 케냐, 마다가스카르, 스리랑카, 인도 등지에서도 산출된다.



투르말린에 영향을 미치는 기본적인 감별 요소로는 컬러 평가, 클래러티(Clarity), 투명도, 무게 중량(Carat Wight), 크기와 보석 커트(형태의 비율), 광택, 산출지, 천연과 합성의 여부, 처리된 기법 등을 들 수 있다. 컬러 평가 및 클래러티와 관련해 좀 더 기억할 것이 있다면, 각각의 변종에서 보이는 색과 채도, 명도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레드 계열이 50% 이상이면 루벨라이트이고, 광원의 차이에 따라 색상이 달라 보이거나 연한 색이 보이면 핑크 투르말린이다.

쇼메 머메이드 송 네크리스
파라이바 투르말린, 다이아몬드, 진주 등을 세팅한 머메이드 송 네크리스, 쇼메.

클래러티는 외부 결함과 내포물이 있는 보석이 외관과 내구성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내포물의 크기와 수, 위치, 성질과 색, 선명도까지 살핀다. 연마된 투명 보석에서는 클래러티 타입을 3가지로 구분한다. 타입 1(Type Ⅰ)은 흔히 내포물이 없는 경우이며, 그린 투르말린이 이에 속한다. 타입 2(Type Ⅱ)는 보통 내포물이 있는 경우이며, 블루, 퍼블, 오렌지, 옐로, 파티 컬러드 투르말린이 이에 해당한다. 타입 3(Type Ⅲ)은 레드와 워터멜론 투르말린으로서 거의 내포물이 있는 경우다. 클래러티 타입에 해당되는 유색의 보석과 내포물의 정도를 이해한다면 워터멜론 투르말린의 검정 내포물을 수박의 씨처럼 감성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된다. 감정소에서는 감정서나 가치 등급의 소견서가 아닌 유색 감별서를 통상적으로 발급하고 있다.



하이 주얼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신비한 컬러


여러 변종으로 넓은 범위를 보이는 투르말린은 색상의 채도와 명도가 각기 다르더라도 함께 어우러짐이 멋진 보석이다. 매칭에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컬러풀한 색상이 서로 조화롭게 어울려 아름답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파라이바와 루벨라이트, 크롬 투르말린 등의 압도적인 빛깔은 하이 주얼리를 창조해내는 보석 디자이너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다양한 색의 향연을 펼쳐가고 있다.

불가리 메디테러니언 퀸 네크리스
500캐럿에 달하는 파라이바 투르말린을 세팅한 메디테러니언 퀸 네크리스, 불가리.

2021년 불가리는 매그니피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이며 희귀한 젬스톤에 대한 헌사를 표현했는데, 그중에서 총 500캐럿에 달하는 오벌 쿠션컷 파라이바 투르말린을 세팅한 ‘메디테러니언 퀸 네크리스’는 섬세하고 정교한 장인 정신과 젬스톤에 담긴 신비로움이 돋보인다. 이 작품은 1969년에 선보였던 불가리 네크리스를 새롭게 재해석한 것인데, 세계에서 가장 귀한 젬스톤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파라이바 투르말린의 아쿠아 그린 컬러가 이탈리아 샤르데냐 섬을 에워싼 지중해의 맑은 물을 연상시킨다.



까르띠에 보떼 두 몽드 링

파라이바 타입 투르말린과 루비,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보떼 두 몽드 링, 까르띠에.



자연과 전 세계의 아름다운 문화적 요소들에서 얻은 영감에 예술성과 장인 정신을 더해 선보인 까르띠에 보떼 두 몽드 컬렉션의 하이 주얼리 링에서도 투르말린의 신비로운 컬러가 빛을 발한다. 메종의 주요 표현 영역인 기하학적인 요소와 움직임, 컬러 대비 등을 반영한 보떼 두 몽드 링은 화이트 골드에 28.43캐럿의 모잠비크산 카보숑컷 파라이바 타입 투르말린 1개와 카보숑컷 루비, 브릴리언트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완성한 작품이다.


이처럼 투르말린은 루비와 사파이어, 에메랄드, 터쿼이즈 등의 유색 보석들과 함께 네크리스와 이어링, 브로치, 링 등에 세팅되며 특유의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특히 쇼메와 쇼파드, 부쉐론, 반클리프 아펠, 피아제 등의 하이 주얼리 하우스에서 바다와 대자연, 우주 등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한 새로운 하이 주얼리를 발표할 때마다 가장 신비로운 컬러를 발산하는 보석은 단연 투르말린이다.


Writer: Shim Kwan Sun, Editor: Lee Eun K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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